배고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건 참기 힘들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건 참기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남보다 적게 가진 것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지만, 남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직장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배 아픔'은 단순한 시기나 질투와는 조금 다릅니다.
직원들은 동료가 자신보다 높은 연봉을 받거나 먼저 승진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만을 품지는 않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고, 더 큰 책임을 맡았으며, 그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면 오히려 인정하고 축하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차이를 납득할 수 없을 때입니다.
자신보다 성과가 부족한 동료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책임을 회피하던 사람이 먼저 승진하고, 사장과 가까운 사람이 중요한 기회를 독차지한다면 어떨까요?
그때부터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생깁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직원들의 의욕을 꺾는 것은 반드시 낮은 연봉이나 과중한 업무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 바로 그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조직을 병들게 합니다.

1. 직원들은 절대적인 보상보다 상대적인 공정성에 민감하다.
인사관리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존 스테이시 애덤스(J. Stacy Adams)의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회사에 투입한 노력, 시간, 능력, 경험, 책임 등에 비해 얼마나 보상받고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보상 수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가 얼마나 받고 있는지, 자신보다 성과가 낮은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쉽게 말해 직원들은 자신의 연봉이 5,000만 원이라는 사실보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가 6,000만 원을 받는 이유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동료가 더 뛰어난 성과를 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차이를 설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불만은 커집니다.
여기서 사장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불만은 반드시 보상의 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결정되는 기준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급여가 적으면 더 높은 급여를 기대하며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노력할 이유 자체를 잃어버립니다.
보상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지만, 공정성이 무너진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차이는 매우 큽니다.
2. 모든 직원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사장들이 흔히 범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나는 직원들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대한다.'
과연 그것이 공정한 리더십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똑같이 평가하고, 책임을 많이 지는 사람과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에게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불공정한 처사가 됩니다.
공정성과 평등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평등은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지만, 공정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차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정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차등 보상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 차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은 공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은 편애입니다.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공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우선 승진시키는 것은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직원들은 사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경쟁하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공정한 조직이란 모든 직원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기여에 따라 정당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3. 인사평가는 직원의 과거를 심판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일이다.
기업의 인사평가는 일반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과 승진을 결정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어떤 행동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가령 회사가 협업을 강조하면서 실제 평가에서는 개인 실적만 인정한다면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동료를 돕기보다 자신의 실적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강조하면서 실패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어떨까요?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보다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업무를 선택할 것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핵심가치를 내세워도 실제 평가와 보상이 다르게 이루어진다면 직원들은 사장의 말보다 평가 결과를 믿습니다.
결국 인사평가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경영 메시지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이 인정받는다.'
이 메시지가 명확해야 직원들의 행동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반대로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직원들은 성과보다 인간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일을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대신 상사에게 잘 보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사장이 직원들을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4. 공정한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공정한 과정이다.
인사관리에서 공정성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분배공정성입니다.
성과와 기여에 따라 보상과 승진, 기회가 합리적으로 배분되었는가의 문제입니다.
둘째, 절차공정성입니다.
평가와 보상을 결정하는 기준과 과정이 일관되고 투명하게 운영되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셋째, 상호작용공정성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들이 존중받았으며, 그 결과에 대해 충분하고 진솔한 설명을 들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사장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가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승진하고 누군가는 탈락해야 하며, 누군가는 높은 성과급을 받고 누군가는 적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했다고 인정한다면 불만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었더라도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조직에 대한 신뢰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은 평가 결과를 통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공정성은 사장이 혼자 확신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그 공정성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사장이 공정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직원들이 공정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5. 사장의 편애는 한 사람에게 특혜를 주지만, 조직 전체에서 신뢰를 빼앗는다.
사장도 사람입니다.
마음에 드는 직원이 있고, 성격이 잘 맞는 직원이 있으며,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특별한 신뢰가 쌓인 직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문제는 개인적인 호감이 인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사장의 판단이 인사평가와 승진, 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사장이 특정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하거나 실수를 관대하게 봐준다면 다른 직원들은 이를 금방 알아차립니다.
직원들은 사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조직의 분위기를 읽습니다.
누가 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 누구의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지는지, 누가 실수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편애가 반복되면 직원들이 회사의 공식적인 인사제도보다 사장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순간부터 조직의 경쟁 기준이 바뀝니다.
실력보다 친분이 중요해지고, 성과보다 충성이 중요해지며, 원칙보다 눈치가 앞서게 됩니다.
이런 조직에서 가장 먼저 실망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대체로 자신의 능력과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직원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불공정한 조직에 적응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다른 조직을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장의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조직에 남아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장의 편애는 우수인재의 이탈을 부르고,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장이 한 사람에게 베푼 작은 특혜가 다른 직원들에게는 회사 전체의 인사원칙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6. 공정성은 직원들의 신뢰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임금 인상을 유보하거나 성과급을 줄이고, 때로는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어려움이라도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크게 다릅니다.
회사가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경영진부터 책임을 분담하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부담을 나눈다면 직원들은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면서 경영진이나 특정 직원들은 예외적인 대우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배신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견디는 것보다 자신만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견디기 더 힘들어합니다.
이것이 바로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건 참기 힘들다'는 말이 조직경영에서 갖는 의미입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의 대우만은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의 노력과 희생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으며, 회사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남아 있는 조직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무너진 조직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높은 보상을 제공하더라도 직원들의 마음을 되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정성은 비용을 들여 구매할 수 있는 복리후생이 아닙니다.
사장의 일관된 판단과 행동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지는 신뢰의 자산입니다.
[맺음말] 사장의 공정성은 직원들의 눈으로 평가받는다.
30년 가까이 인사관리 현장에서 수많은 직원과 경영자를 지켜보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참습니다.
일이 힘들어도 참고, 급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참고, 회사가 어려우면 자신의 몫을 양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이 깊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회사의 성과에 무관심해지고, 동료의 성공을 축하하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 온전히 쏟아붓지 않게 됩니다.
조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입니다.
사장은 직원들이 왜 열심히 일하지 않는지 묻기 전에,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직원들이 왜 회사를 떠나는지 궁금해하기 전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공정한 사장이 되기 위해 모든 직원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다만 그 결정이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장과 가까운 사람에게도, 사장에게 직언하는 사람에게도, 성과가 좋은 사람에게도, 성과가 부족한 사람에게도 말입니다.
공정한 리더십은 모든 직원을 만족시키는 능력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기준만큼은 신뢰받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장이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권위가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의 원칙을 믿을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직원들은 사장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얼마나 공정하게 대했는지도 오래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쌓여 조직의 문화가 됩니다.
좋은 회사는 높은 성과를 내는 회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직장은 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곳입니다.
사장이 공정성을 잃으면 직원들은 일할 의욕을 잃고, 직원들이 의욕을 잃으면 회사는 미래를 잃습니다.
결국 사장의 공정성은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이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경영의 기본입니다.
“직원들은 보상의 차이를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그 차이를 결정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사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직원들 사이의 보상 격차 자체가 아니라, 그 격차를 설명할 공정한 기준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글 : 이영훈 / H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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