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사장은 늘 바쁩니다.
출근하자마자 결재할 것이 쌓여 있고, 직원들은 수시로 찾아와 “사장님, 이것부터 빨리 결정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합니다.
고객의 클레임도 급하고, 납기도 급하고, 사람을 뽑는 것도 급하고, 직원 간의 갈등도 급합니다. 매출에 문제가 생겨도 급하고, 거래처에서 연락이 와도 급합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면서 생각합니다.
“오늘 정말 바쁘게 일했는데,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했지?”
제가 오랫동안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리더의 능력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미루고,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무엇을 아예 하지 않을 것인가’
를 판단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급한 일 치고 중요한 일은 별로 없고, 중요한 일은 대개 급하지 않다
우리는 흔히 일을 네 가지로 나눕니다.
1순위 : 급하고 중요한 일
2순위 :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3순위 :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4순위 :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당연히 1순위인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분류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을 갖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급하면서 정말 중요한 일’이 그렇게 많을까요?
저는 오히려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중요한 일은 대개 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육성하는 일, 미래의 사업을 준비하는 일,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일,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일….
이런 일들은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데 오늘 당장 하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뒤로 밀립니다.
반대로 회사에서 “급합니다!”라고 올라오는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 준비를 늦게 해서 급해진 일, 보고가 늦어서 급해진 일, 미리 결정했어야 하는데 미뤄두었다가 급해진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급한 일은 남에게 중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큰 사고가 발생했거나 핵심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했거나 회사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분명 ‘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매일 발생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 회사는 일이 많은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미리 해놓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면 급한 일이 줄어든다
여기에 우선순위 관리의 본질이 있습니다.
“중요한 일을 해결하고 나면 급한 일이 없어진다.”
평소 좋은 사람을 뽑고 제대로 육성해 놓았다면 갑자기 사람이 그만두었다고 사장이 직접 채용에 매달릴 일이 줄어듭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만들어 놓았다면 사고가 날 때마다 사장이 뛰어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관리자를 제대로 육성해 놓았다면 직원들의 사소한 갈등까지 사장에게 올라오지 않습니다.
고객관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았다면 고객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문제를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급한 일’의 상당수는 과거에 미뤄두었던 ‘중요한 일’이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장이 매일 불을 끄는데 정신이 없다면 자신의 부지런함을 자랑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왜 우리 회사에는 내가 끄야 하는 불이 이렇게 많은가?”
“역시 내가 없으니까 회사가 안 돌아간다?”
여기에서 사장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며칠 자리를 비웠다가 회사에 돌아왔더니 결재할 것이 쌓여 있고,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옵니다.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는 보고도 들어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장은 은근히 흐뭇해집니다.
“거봐. 역시 내가 없으니까 회사가 안 돌아가잖아.”
그런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사장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장이 유능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조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이 사장에게 집중되어 있고, 직원에게 권한이 없고, 관리자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며, 사장이 없으면 일이 멈추는 조직.
그것이 과연 좋은 회사일까요?
특히 사장이 경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내가 직업 하는 게 제일 빠르다.”
당장은 맞습니다.
직원에게 설명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빠릅니다.
그래서 사장이 하나둘 직접 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였는데 어느 순간 결재도 사장, 판단도 사장, 문제 해결도 사장, 거래처 대응도 사장이 합니다.
그리고 다시 말합니다.
“이 회사는 나 없으면 안 돼.”
맞습니다.
정말 사장 없이는 안 되는 회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만든 사람도 결국 사장 자신일 수 있습니다.
사장이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사장이 회사 성장의 가장 큰 병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사장은 '자신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해야 한다
사장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잘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급하면서 중요한 일은 당연히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실제로 이런 일은 그리 많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오히려 사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 좋은 사람을 뽑는 것, 사람을 육성하는 것,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것….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자꾸 뒤로 밀리지만, 결국 회사의 3년 후와 5년 후를 결정하는 일들입니다.
반대로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가능한 한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리더의 우선순위는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무엇을 내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직원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장이 일을 내려놓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직원에게 맡기면 실수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면 금방 하는데….”
“저렇게 하면 틀림없이 사고가 날 텐데….”
답답합니다.
그래서 결국 사장이 다시 가져옵니다.
그런데 사장이 직원의 실수를 견디지 못하면 직원은 영원히 성장할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직원이 한 번 실패했을 때 사장이 크게 질책하면 조직은 아주 빠르게 학습합니다.
“괜히 새로운 일을 하지 말자.”
“시키는 것만 하자.”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사장에게 물어보자.”
그 순간부터 조직에서는 도전이 사라지고 모든 판단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사장은 다시 말하게 됩니다.
“우리 직원들은 왜 스스로 판단을 못 하지?”
어쩌면 직원들이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지 않도록 학습시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시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장은 눈앞의 작은 실수보다 직원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리더에게 필요한 ‘거시적인 안목’입니다.
사장의 우선순위가 회사의 미래가 된다
저는 사장의 일정표를 보면 그 회사의 미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보고 받고, 결재하고, 회의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일정이 가득하다면 그 사장은 ‘오늘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을 만나고,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사업을 고민하고, 고객의 변화를 살피고,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면 ‘내일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는 단순한 시간관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영의 문제이고,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사장이 오늘 무엇에 시간을 쓰느냐가 쌓여 회사의 미래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장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이, 정말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그리고 하나를 더 묻고 싶습니다.
“내가 한 달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두 번째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 사장은 자신의 일을 상당히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자신의 존재가치라고 자랑하기 전에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장의 역할은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장이 없어도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가 해결되고, 조직이 움직일 수 있도록 사람과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급한 일에 끌려다니지 마십시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하십시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맡기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하게 버리십시오.
그리고 사람을 키우고 시스템을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장의 가장 귀중한 시간을 사용하십시오.
급한 일을 잘 처리하는 사장보다
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사장이 더 좋은 사장입니다.
사장의 시간은 곧 회사의 자원입니다.
그리고 사장이 선택한 우선순위가 결국 회사의 미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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