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오랫동안 기업의 인사와 조직을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장들은 대개 조직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을 교체하고,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고, 평가제도를 바꾸고, 교육을 강화합니다.
그런데 정작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장 자신’입니다.
경영환경이 달라졌는데도 의사결정 방식은 그대로이고, 직원들의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사람을 다루는 방식은 그대로이며, 사업의 규모가 몇 배로 커졌는데도 작은 회사 시절의 경영방식을 계속 유지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이 변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합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인사와 조직을 경험하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오히려 단순합니다.
“회사의 변화는 사장의 변화를 앞서가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늙는 것은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져서가 아닙니다.
사장의 생각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을 때 회사는 늙기 시작합니다.
사장의 성공 경험은 자산인 동시에 부채입니다
회사를 일으킨 사장에게는 분명 남다른 것이 있습니다.
사업을 보는 감각이 있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으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경영철학도 있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회사를 만든 힘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것이 내일의 회사를 가로막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을 ‘성공 경험의 역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방식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방식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더 많이 성공할수록 그 확신은 더욱 강해집니다.
“내가 이 업을 30년 했습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합니다.”
“이 회사가 여기까지 온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 경험이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경험은 자산에서 부채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장의 경험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경험 때문에 회사가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사장은 바로 그 경계선을 알아차릴 줄 알아야 합니다.
회사가 커졌는데도 사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조직은 작아집니다
창업 초기에는 사장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합니다.
누구를 채용할지, 얼마에 팔지, 어디에 투자할지, 때로는 사무실의 작은 비품 하나까지 사장이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이 30명, 100명, 300명으로 늘어났는데도 여전히 모든 중요한 판단이 사장의 책상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회사의 몸집은 커졌지만 경영방식은 여전히 작은 회사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조직에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유능한 임원을 영입해도 사장의 결정을 기다립니다.
부서장은 책임지기보다 사장에게 물어봅니다.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사장님이 좋아할 만한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회의에서는 토론보다 사장의 표정을 먼저 살핍니다.
그리고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왜 우리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을까요?”
그러나 어쩌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인처럼 판단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권한을 주지 않고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사장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서는 결국 사장보다 뛰어난 사람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사장의 진짜 역할은 모든 문제에 답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장이 없어도 좋은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사장의 더 높은 수준의 역할입니다.
사장이 강할수록 조직은 침묵할 수 있습니다
인사와 조직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오히려 걱정스러운 회사를 만나게 됩니다.
회의에서 사장이 말하면 아무도 반론하지 않습니다.
사장이 질문하면 임원들이 비슷한 답을 합니다.
사장의 아이디어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겉으로 보면 사장의 리더십이 강하고 일사불란한 조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조직을 경계합니다.
직원들이 동의해서 조용한 것인지, 아니면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학습해서 조용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장에게 나쁜 소식이 올라오지 않는 회사가 반드시 좋은 회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사장에게 나쁜 소식을 말할 수 없는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사장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의 판단이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미 입을 닫았거나 회사를 떠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장의 리더십을 볼 때 ‘얼마나 많은 직원이 사장의 말을 잘 따르는가’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사장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좋은 사장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 가까이 두는 사람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둘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사장의 귀에 듣기 좋은 말만 들리기 시작했다면, 오히려 그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일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는 사장이 반복해서 보여준 행동의 결과입니다
많은 사장들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소통하는 조직, 도전하는 조직, 책임지는 조직, 창의적인 조직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핵심가치를 만들고 벽에 붙이고, 교육도 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벽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고 조직문화를 배우지 않습니다.
사장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배웁니다.
사장이 실패한 사람을 질책하면 직원들은 도전하지 않습니다.
사장이 반대 의견을 불편해하면 회의에서 다른 의견이 사라집니다.
사장이 성과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면 직원들은 회사의 진짜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사장이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면 직원들도 회사의 원칙을 믿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장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조직에는 전혀 다른 신호가 전달됩니다.
“이 회사에서는 틀렸다고 인정해도 괜찮구나.”
사장이 직원의 좋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생각보다 먼저 선택한다면 또 하나의 신호가 전달됩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급보다 좋은 생각이 중요하구나.”
결국 조직문화란 사장이 벽에 써 붙여놓은 문장이 아닙니다.
“사장이 매일 반복해서 보여주는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 조직의 습관입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제도보다 먼저 사장의 행동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사람을 보는 눈’을 바꿔야 합니다
인사를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사장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필요한 인재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창업과 수성이 다르듯이,
회사를 처음 일으킬 때 필요한 사람과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때 필요한 사람은 다를 수 있습니다.
매출 100억 원 회사를 만드는 데 적합했던 사람과 1,000억 원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도 다를 수 있습니다.
국내시장 중심의 회사와 글로벌 시장을 준비하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 역시 다릅니다.
그런데 많은 사장들이 사업은 바꾸면서도 사람을 보는 기준은 좀처럼 바꾸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 좋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이런 사람이 잘 맞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했던 사람,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지시를 빠르게 실행하는 사람을 계속 선호하게 됩니다.
결국 사장 주변에는 비슷한 사람들만 남게 됩니다.
생각이 비슷하고, 경험이 비슷하고, 사장의 말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편합니다.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에는 나와 잘 맞는 사람보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성장단계가 달라지면 사장의 ‘사람 보는 눈’도 함께 진화해야 합니다.
AI 시대, 가장 먼저 업데이트해야 할 것은 사장의 ‘운영체제’입니다
AI 시대가 되면서 많은 사장들이 직원들에게 AI를 배우라고 합니다.
교육을 보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장 자신의 사고방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사장의 ‘운영체제(OS)’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설치해도 운영체제가 너무 오래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신 AI를 도입하고 젊고 뛰어난 인재를 채용해도 사장의 의사결정 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조직은 결국 사장의 속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AI 시대에 사장이 모든 기술을 직접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질문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기술이 앞으로 우리 사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 우리가 사람이 하고 있는 일 가운데 앞으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지금의 조직과 사람을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먼저 업데이트해야 할 것은 회사의 컴퓨터나 시스템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장의 ‘생각의 운영체제’부터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사장의 마지막 역할은 ‘자신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장의 리더십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는 사장이 뛰어난 회사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뛰어난 조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조직은 사장이 자리를 비워도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문제가 해결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며, 다음 세대의 리더가 자라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사장의 리더십이 성숙할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창업 초기에는 ‘나 때문에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나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성공한 사장에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변화일 것입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변화 당하기 전에 미리 변화해야 합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고 나면 누구나 변합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조직을 바꾸고, 핵심인재가 떠나면 사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경쟁사에 뒤처지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변화 ‘당한’ 것입니다.
진짜 경영은 그 전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회사가 잘되고 있을 때 자신의 성공방식을 의심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아직 불평하지 않을 때 조직의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핵심인재가 떠나기 전에 왜 그들이 우리 회사에 머물러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실적이 좋을 때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아직 잘 통하고 있을 때 다음 세대의 판단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장이 해야 할 진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회사가 어려울 때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잘되고 있어서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변화의 신호는 대부분 처음에는 ‘불편함’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젊은 직원의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기존 사업을 흔드는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사장의 의견에 반대하는 임원의 목소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현명한 사장은 그 불편함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불편함 속에 우리 회사의 미래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먼저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변화하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질문합니다.
“혹시 지금 내가 우리 회사의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장은 회사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으로부터 독립시킬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회사는 ‘사장의 회사’를 넘어 ‘스스로 성장하는 조직’이 됩니다.
변화가 닥쳐와 나를 바꾸게 만들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내가 성공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익숙함을 가장 먼저 의심하고, 아직 잘되고 있을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장의 지혜이고, 오래가는 회사를 만드는 사장의 리더십입니다.
마무리
“회사가 늙는 것은 직원들의 나이가 들어서가 아닙니다.
사장의 생각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을 때 회사는 늙기 시작합니다.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직원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사장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변화가 회사를 바꾸게 만들기 전에,
사장이 먼저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변화 당하기 전에 미리 변화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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