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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는 왜 항상 불만을 낳는가? -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 그 인식의 차이

hrplanner 2026. 10. 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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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기업마다 어김없이 인사평가 시즌이 시작됩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관리자들은 나름대로 공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려고 애씁니다. 인사담당자들은 평가 일정과 절차를 준비하고, 평가 결과가 승진, 보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사관리에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모두가 공정한 평가를 원하고, 회사도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정작 평가가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올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평가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실적은 내가 더 좋은데, 왜 저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지?"
"결국 팀장 눈에 잘 보이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아닌가?"

반면 평가자인 관리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성과는 다른데…."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성과가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도 도무지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합니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평가자 교육까지 실시했지만, 막상 결과가 발표되면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평가받는 직원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평가하는 관리자들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인사평가의 본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Ⅰ. 인사평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사평가는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일이 아니다.

 

인사평가를 둘러싼 오해는 평가의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인사평가는 직원이라는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와 역량을 보여주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R&R(Role & Responsibility), 즉 '역할과 책임'입니다.

직원에게 부여된 역할(Role)을 수행하려면 관련 지식과 기술, 경험, 태도 등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Responsibility)을 완수하려면 그 능력을 실제 업무에서 발휘하여 기대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역량입니다. 

다시 말해, 능력은 보유하는 것이고 역량은 발휘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사평가는 처음부터 방향을 잃게 됩니다.

 

가령 어떤 직원이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성실하게 일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직원의 성실함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회사가 기대했던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높은 성과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근무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더라도 주어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조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면 좋은 성과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업무의 난이도와 수행 여건, 개인이 통제할 수 없었던 외부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과 행동 역시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평가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입니다.

성과를 평가하면서 성실성을 기준으로 삼거나, 역량을 평가하면서 단순히 실적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평가는 사람의 우열을 가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맡은 역할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고, 앞으로 어떤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Ⅱ. 평가받는 사람은 왜 억울할까?

노력은 내가 가장 잘 알지만, 성과는 다른 사람이 판단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심리적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노력과 고생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만, 다른 사람의 노력과 고생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내가 밤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은 생생하지만, 다른 동료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기여는 크게 느끼고, 다른 사람의 기여는 상대적으로 작게 평가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인사평가가 이러한 주관적인 인식과 충돌한다는 데 있습니다.

직원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한 해를 돌아보지만, 평가자는 조직이 요구했던 목표와 성과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평가의 기준점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평가 결과를 절대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연봉이 10% 인상되었다고 합시다.

결코 적지 않은 인상률이라 상당히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가 20% 인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만족감은 순식간에 불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10%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것이 인사평가에서 공정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공정성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았는가에만 달려 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기여가 합당하게 인정받았는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불만을 단순히 직원들의 욕심이나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업무환경의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평가자가 직원의 성과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는 불공정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는 직원들의 불만을 무조건 방어하거나 해소해야 할 민원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 불만 속에 평가제도의 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불만이 부당한 것도 아닙니다.

유능한 인사담당자는 바로 이 차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Ⅲ. 평가하는 사람은 정말 공정할까?

공정하려는 마음과 공정하게 평가하는 능력은 다르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자신이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특별히 누군가를 편애하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없다면 스스로 공정한 평가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의도를 가졌다는 사실이 공정한 평가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인사평가는 사람의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다양한 인지적 오류와 편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후광효과(Halo Effect)입니다.
어떤 직원이 업무능력이 뛰어나거나 특정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다른 평가항목까지 높게 평가하는 현상입니다.
반대로 한 가지 단점 때문에 다른 역량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오류도 발생합니다.
관대화 경향도 흔히 나타납니다.
부하직원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피하거나 평가 결과에 대한 반발을 우려하여 실제 성과보다 높은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중심화 경향은 평가자들이 극단적인 평가를 피하고 대부분의 직원에게 중간 수준의 점수를 부여하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차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최근효과(Recency Effect)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평가기간 전체의 성과보다 평가 직전에 발생한 사건이나 최근의 업무성과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현상입니다.
가령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던 직원이 연말에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거나, 반대로 평소 성과가 부족했던 직원이 평가 직전에 좋은 실적을 올렸다는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평가자가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가자라고 해서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평가자의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평가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기간 동안 직원들의 성과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객관적인 근거를 축적해야 합니다.

또한 평가자 교육을 통해 평가 오류를 인식시키고, 평가 결과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특히 인사담당자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평가제도를 설계하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관리자의 평가역량이 부족하면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사평가의 품질은 평가표의 정교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을 판단하는 평가자의 안목과 전문성에 크게 좌우됩니다.

공정하려는 마음은 평가자의 기본자세입니다. 그러나 공정하게 평가하는 능력은 별도로 길러야 할 전문역량입니다.

 

Ⅳ.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공정한 평가일까?

공정함과 평등함은 다르다.

 

인사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공정성'입니다.

많은 사람이 공정한 평가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무엇이 공정한 평가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비슷한 점수를 주면 공정한 것일까요?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을 최소화하면 직원들의 불만이 줄어들까요?

당장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두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직원은 어려운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른 직원은 주어진 업무를 무난하게 수행했지만 특별한 성과나 개선 실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직원이 비슷한 평가를 받고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과가 우수한 직원은 자신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족한 직원은 더 노력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에는 위험한 신호가 나타납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의욕을 잃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과가 부족한 직원의 불만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직원이 더 이상 노력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성과의 차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무조건적인 차등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성과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차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든 직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공정성의 세 가지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분배공정성입니다.
성과와 기여도에 따라 평가 결과와 보상이 합리적으로 배분되었는가의 문제입니다.
둘째, 절차공정성입니다.
평가에 적용된 기준과 절차가 일관되고 투명하며 편향 없이 운영되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셋째, 상호작용공정성입니다.
평가 과정에서 직원이 존중받았으며, 평가 결과에 대해 충분하고 진정성 있는 설명을 들었는가의 문제입니다.

공정한 인사평가는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평가 결과가 합리적이더라도 절차가 불투명하면 불신이 생깁니다.
절차가 공정하더라도 평가자가 직원을 무시하거나 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불만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평가 과정이 공정했고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면 직원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결국 공정한 평가란 모든 직원에게 같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되 성과와 기여도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인정하고, 그 판단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입니다.

평등은 모두에게 같은 것을 주는 것이지만, 공정은 각자의 기여와 책임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입니다.

인사담당자는 이 차이를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

 

Ⅴ. 평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다.

직원들은 낮은 점수보다 설명할 수 없는 점수에 더 상처받는다.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단순히 점수가 낮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 고생 많았어. 그런데 회사 평가 기준상 이번에는 B등급이야."

이런 설명을 듣는 직원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도대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왜 A등급이 아닌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평가자는 나름대로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직원에게는 그저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점수에 불과합니다.

평가 결과를 통보하는 것과 평가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좋은 평가자는 점수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그 점수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어떤 성과가 인정되었고 어떤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역량을 개발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설명을 잘하더라도 직원이 연말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올해는 업무 추진력이 부족했어."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아쉬웠어."

"리더십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해."

이러한 평가를 연말에 처음 듣는 직원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는데 갑자기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직원은 평가 결과보다 관리자의 태도에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평가의 공정성은 연말 평가면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연초에 목표를 합의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상적인 관리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평가면담은 한 해 동안 이루어진 성과관리의 결과를 정리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문제를 연말에 갑자기 꺼내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관리자는 평가자가 되기 이전에 성과를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인사평가에서 가장 나쁜 피드백은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Ⅵ. 공정한 인사평가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좋은 평가제도를 설계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제도의 운영입니다.

 

그렇다면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인정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평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모든 직원이 평가 결과에 만족하도록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인사평가는 개인의 성과와 기여도를 판단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가 보상과 승진 등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사평가의 목표를 '불만이 없는 평가'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불만이 있더라도 그 판단의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는 평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와 관리자, 직원 모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1. 인사담당자 : 평가제도의 관리자에서 공정성의 설계자로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평가표를 배포하고 평가 결과를 취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먼저 평가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인지, 역량을 진단하기 위한 것인지,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직원의 육성과 개발을 위한 것인지 분명해야 합니다.

물론 인사평가는 여러 목적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서로 다른 평가항목을 아무런 구분 없이 혼합하면 평가 결과의 의미가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평가항목은 직무의 특성과 역할에 맞게 설계해야 합니다.

영업직과 연구개발직, 생산직과 경영지원직의 성과를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직무별 성과의 특성과 측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제도는 처음부터 공정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평가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평가 결과에 나타나는 편향이나 이상 징후를 점검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의신청은 단순히 평가점수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통로가 아니라, 평가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오류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인사담당자의 전문성은 평가제도를 얼마나 복잡하게 설계했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그 제도가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직원들의 신뢰를 얻도록 얼마나 합리적으로 운영되는가에 있습니다.

 

2. 관리자 : 평가자가 아니라 성과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관리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인사평가를 연말에 수행하는 일회성 업무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사평가는 연말에 시작되는 업무가 아닙니다.

연초에 직원과 목표를 합의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목표가 명확해야 성과를 판단할 수 있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관리자는 직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과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성과가 부족한 직원에게는 개선할 기회를 주고, 우수한 직원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낼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관리자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평가자는 직원의 성과를 판단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그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책임을 가진 사람입니다.

직원의 성과가 부족하다면 직원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는지,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제공했는지, 적절한 피드백을 했는지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직원의 성과는 직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자의 리더십과 조직의 지원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좋은 관리자는 연말에 누가 일을 잘했는지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연중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3. 직원 : 열심히 일하는 것에서 성과를 관리하는 것으로

인사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받는 직원들의 인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흔히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성과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조직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아닙니다.

그 노력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자신이 맡은 업무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성과를 기대받고 있는지, 그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업무성과를 객관적인 근거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무엇을 개선했으며 그 결과 업무시간이나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과를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업무라면 업무의 품질, 문제해결 과정, 조직에 대한 기여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잘 설명하는 능력과 실제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다릅니다.

성과를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좋은 성과를 만들어놓고도 그것을 제대로 정리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기여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평소 자신의 성과를 기록하고, 관리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기대 수준과 실제 성과 사이의 차이를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인사평가를 연말에 받는 성적표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직업적 가치를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Ⅶ. 인사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평가가 끝난 뒤 직원에게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인사평가의 역사를 돌아보면 평가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업적평가와 역량평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목표관리(MBO)와 핵심성과지표(KPI), 최근에는 OKR과 상시 성과관리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습니다.

인사평가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관리활동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의 성과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결국 직원들의 역량과 실행력에서 나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며,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낼 때 조직도 함께 성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사평가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과거의 성과를 판단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평가 결과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가 직원에게 좌절감과 불신만 남긴다면 아무리 정교한 평가제도라 하더라도 성공적인 제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기대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더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앞으로 성장할 방향을 발견했다면 그 평가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여기서 인사담당자들이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제도는 직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회사가 무엇을 평가하고 어떤 성과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행동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개인 실적만을 강조하는 평가제도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협업과 조직 전체의 성과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평가제도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려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평가방식이든 장단점은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평가제도가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와 행동방식을 뒷받침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것이 인사평가를 단순한 인사행정이 아니라 경영의 중요한 수단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사담당자는 평가점수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평가제도를 통해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행동의 기준을 설계하고, 직원들이 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마무리 : 공정한 평가란 무엇인가?

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우리는 흔히 이런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까?"

그러나 저는 이 질문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평가 결과를 신뢰하고, 그 결과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불만을 줄이는 것과 신뢰를 높이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불만을 줄이기 위해 모두에게 후한 점수를 주거나 평가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공정한 평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수한 직원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개선이 필요한 직원에게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공정한 평가는 모든 직원을 만족시키는 평가가 아닙니다.
성과와 기여도를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으며, 평가받는 사람이 결과를 통해 자신의 성장 방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입니다.
인사평가의 공정성은 좋은 제도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신뢰에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합니다.

인사평가는 직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원의 성과가 부족했다면 관리자의 성과관리에도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회사가 적절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는지도 함께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직원에게는 성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관리자와 조직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교한 평가제도라도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평가받는 직원은 자신의 성과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관리자는 자신의 리더십을 돌아보며,
인사담당자는 평가제도가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인사평가가 단순히 사람을 줄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담당자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습니다.

평가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없애는 데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만이 없다는 사실이 반드시 공정하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때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직보다, 직원들이 자신의 평가 결과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이 더 건강할 수 있습니다.

인사담당자가 지켜야 할 것은 평가제도의 권위가 아니라 평가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 신뢰는 직원들의 불만을 억누르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불만의 이유를 경청하고 제도의 문제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에서 쌓입니다.

 

결국 인사평가의 수준은 평가표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평가를 통해 조직과 사람이 얼마나 성장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인사평가는 누가 더 잘했는지를 가려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누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성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평가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점수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 점수를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함에서 나옵니다.

 

연말 인사평가가 누군가에게는 인정받는 기쁨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인사담당자가 공정한 평가를 통해 조직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진정한 HR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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