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 '회색지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있다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를 당할까?” 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제 회사 생활에서는 법이 미처 닿지 못하는 회색지대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바로 ‘회사가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인사의 권한’입니다.
이 권한은 법의 규제를 비켜가면서도 직원들의 평가, 보상, 승진, 심지어 퇴직까지 좌우합니다. 이 글에서는 법이 막아주지 못하는 영역들을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인사평가 – 공정성과 불투명성의 사이
인사평가는 직장인의 연봉과 승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입니다. 그러나 노동법 어디에도 “평가 방식은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가 항목과 배점, 등급 배분 비율까지 모두 회사의 자율에 맡깁니다. HR에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지만, 평가보상의 설계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인사기획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인사평가 결과가 승진이든 임금인상이든 인사 관리 전반에 걸쳐 반영이 되면 직원들은 항상 의문을 가집니다. 내 평가가 낮은 게 실적 때문일까, 아니면 상사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일까?”
법은 개입하지 못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은 회사 내부 기준에 맡겨져 있습니다.
물론 성별·연령·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한 차별적 평가는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 될 수 있으며, 노조 활동·내부고발 등을 이유로 회사가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또 취업규칙·단체협약에 명시된 평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 임금·성과급 차별이 발생했다면 임금체불 문제로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2) 성과급과 보너스 – 법이 아닌 재량의 영역
연봉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에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성과급과 보너스는 전혀 다릅니다. 회사가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구조라 법적 강제성이 없습니다.
계약서·취업규칙에 명시되지 않았다면 지급 여부나 기준이 불투명하더라도 법적 강제성이 없습니다.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회사 재량이지만, 근로계약·취업규칙에 명시되었거나 관행적으로 지급됐다면 근로조건으로 인정돼 미지급 시 임금체불이 됩니다. 또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지급은 법 위반 소지가 있어 법적 문제 제기가 가능합니다.
3) 승진과 보직 배치 – 회사 마음대로 가능한 영역
승진은 직장인에게 중대한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노동법은 승진의 기준이나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승진 여부는 전적으로 회사와 상사의 판단에 맡겨 둡니다. 성과와 능력이 근거가 되지만, 실제로는 상사와의 관계, 조직 내 입지, 정치적 상황 같은 요소가 상당 부분 작용하기도 합니다.
순환보직(Job Rotation)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경력 개발이나 업무 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어떤 부당한 이익이나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법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물론 ‘부당 전보’라며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를 받는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고,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다툰다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인지라, 감히 엄두를 낼 수조차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은 남녀,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시 나는 차별을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 개인대 회사의 법적 분쟁은 너무나 불공평한 게임입니다. 회사는 HR담당자,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대응하지만 일개 개인은 이런 전문가를 구하는 경제적 부담도 크고 또한 이런 큰 싸움을 벌이고 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회사가 '노동위원회에서 대법원까지' 풀코스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돈과 시간낭비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법은 차별을 막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지만, 그 장치를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개인과 회사 간의 힘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4) 권고사직과 퇴직 압박 – 해고의 회색지대
해고는 법적으로 매우 강한 규제를 받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어야 하고, 반드시 서면 통보와 징계 절차 등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무턱대고 직원에게 “나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권고사직’이라는 우회로를 씁니다. 직원에게 스스로 사직서를 쓰게 만들어 서류상 자발적 퇴사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사직서를 강요하거나 퇴사를 강제로 압박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부당하게 사직을 강요한 증거가 있다면 “사실상 강제 해고”로 다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현실입니다.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회사와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응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결국 권고사직은 법이 강하게 규제하는 해고와 달리,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적인 퇴출 수단인 셈입니다.
5) 복지제도 – 회사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혜택
연차휴가, 4대보험 같은 법정 복지는 강제되지만, 이 외의 복지제도는 회사의 자율입니다. 장기근속 포상금, 복지 포인트, 자녀학자금 지원, 교통비 지원 등은 회사 정책일 뿐입니다. 그래서 회사 사정에 따라 쉽게 축소·폐지되기도 합니다.
복지제도라 해도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에 명시되면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법적 근로조건이 됩니다. 따라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줄이거나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문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 문서에 없더라도 오랜 기간 전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됐다면 관행으로 굳어져 근로조건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식대·교통비, 명절 상여금, 학자금 지원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마무리
노동법은 직장인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패일 뿐, 회사는 '법'을 초과하여 위력을 행사할 인사권한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만약 회색지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사내 고충처리 절차부터 문을 두드려보고, 필요하면 노동청 진정이나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최후에는 법원 소송도 가능하지만 쉽고 빠른 길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법이 지켜주는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앞으로는 각 주제를 하나씩 더 깊이 다루어 볼 생각입니다.
과연 “법은 어디까지 직장인들을 보호하는가? 회색지대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은 진정 없는가?”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직장생활,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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