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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무·법률 이슈/노동법 기준과 직장의 현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증가! - 우리 일터는 아직도 멀었다

hrplanner 2026. 9. 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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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한다고 바뀌나요. 내일도 그 상사 얼굴을 봐야 하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방법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말입니다. 신고서를 내는 데는 몇 분이면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고한 직원에게는 그다음 날 출근이 더 큰 문제입니다.

 

상사가 자신을 평가하고, 일을 배분하고, 승진 의견을 내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쳐야 한다면 어떨까요. “신고할 권리가 있으니 신고하면 된다”는 말은 그 직원에게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관서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은 2021년 7,774건에서 2025년 16,373건으로 약 2.1배 늘었습니다. 이는 신고된 사건 수이지, 괴롭힘이 인정된 건수나 실제 발생 건수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말하지 못했던 일을 이제는 신고하는 변화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일터에서 겪은 일을 더 이상 혼자 감당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왜 피해자는 사직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느낄까요?

“저 상사를 신고했다가는 회사에 못 다니겠지.”

이 생각을 용기가 부족해서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직원은 신고 이후의 관계와 생계를 함께 계산하고 있습니다.

노골적인 보복만 두려운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업무에서 제외되거나, 평가가 나빠지거나, 동료들이 거리를 두는 일처럼 설명하고 입증하기 어려운 변화가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걱정해 문제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현상을 ‘조직 침묵’으로 설명합니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우려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거나 중요한 관계가 손상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타났습니다. 직원이 안심하고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신고 창구를 만들어 놓아도 침묵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고가 없다는 사실은 괴롭힘이 없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말해도 괜찮다고 믿지 못하는 조직일 수 있습니다.

 

업무 지도와 괴롭힘은 구분해야 합니다

관리자는 성과를 요구하고 부족한 업무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직원도 불편한 피드백을 모두 괴롭힘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업무 지적에는 목적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보고서의 근거가 부족하니 자료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는 일을 바로잡는 말입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것도 못 하면서 월급을 받느냐”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입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원을 회의와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도 ‘관리 방식’이라는 말로 덮을 수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고,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합니다. 개별 사건은 업무의 필요성과 행위의 방식, 당사자의 관계와 정황을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 때는 다 그렇게 배웠다”는 말도 답이 아닙니다.

자신이 견뎌 왔다는 이유로 다음 직원에게 같은 고통을 물려주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의 대물림입니다.

 

신고했다고 회사가 불리하게 대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회사가 신고를 접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절차를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신고한 직원을 오히려 불리하게 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조용히 덮을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법 위반입니다.

불이익은 해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징계나 인사 조치 등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 뒤에 평가나 업무가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보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조치가 신고를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회사가 제시하는 업무상 사유가 타당한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야 합니다.

 

신고자에게 중요한 점은 법에 처벌 조항이 있어도 보복이 저절로 막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고 전후의 업무 배분, 평가, 발언, 인사 조치에 변화가 있다면 날짜와 내용을 남겨 두십시오. 회사가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의심된다면 괴롭힘 사건과 별도로 그 처우에 대해서도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알리고 조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신고자를 찾아내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조직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이 말할 권리를 짓밟고 회사를 형사책임의 위험에 놓는 일입니다.

 

법적 보호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회사가 답해야 합니다

회사는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조사 중 필요한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해야 하며, 그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에 관여한 사람은 알게 된 비밀을 함부로 누설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법 조항을 안내하는 것만으로 직원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사는 누가 조사할 것인지, 조사 중 상사와의 업무 접촉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신고 내용은 누구까지 알게 되는지, 이후 평가에서 불이익이 없는지 어떻게 살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대표나 인사 책임자가 신고 대상이라면 그 사람의 영향 아래에서 조사를 진행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도 2026년 개정 매뉴얼에서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조사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신고 후에는 보호 조치를 당당하게 요구하십시오

재직 중 신고할지, 언제 신고할지는 당사자의 안전과 생계가 걸린 결정입니다. 누구에게나 당장 신고하라고 쉽게 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표를 쓸 때까지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날짜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고, 관련 업무 지시와 메신저·이메일 등을 보관하십시오.

 

사내 신고를 할 때는 괴롭힘의 내용만 알리지 말고, 조사 기간에 필요한 보호 조치도 함께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요청할 것은 신고 대상인 상사와의 접촉을 줄이는 방안입니다. 근무 공간이나 보고 체계를 일시적으로 분리하고, 조사 기간에는 다른 관리자를 통해 업무 지시와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대면 회의나 단독 면담을 피하고, 필요한 업무 연락은 이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기 어렵거나 심신의 회복이 필요하다면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필요한 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신고했으니 피해 직원이 다른 부서로 가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근로기준법은 조사 중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하면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급휴가의 기간이나 원하는 배치가 언제나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현재 어떤 접촉과 부담을 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회사와 조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를 누가 담당하는지, 신고 내용을 누구에게 공유하는지, 조사 일정과 결과를 어떻게 안내받을지도 물어보십시오. 신고 대상 상사가 조사에 관여하거나 신고자의 인사평가를 계속 좌우한다면 공정한 조사와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조사 중은 물론 조사 후에도 업무 배제, 부당한 평가, 징계 등 불리한 처우가 없는지 살펴 달라고 요청하고, 회사가 약속한 조치는 이메일 등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확인된 뒤에는 피해 직원이 요청할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회사는 행위자에 대해서도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그 조치에 앞서 피해 직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피해 직원이 떠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닙니다.

 

회사가 조사하지 않거나 보호 요청을 외면하고, 신고 후 불이익까지 준다면 그 경과를 기록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알리십시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진정서(체불, 직장 내 괴롭힘, 기타 노동법 위반)’를 신청하거나 관할 관서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막막하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에 먼저 문의해 보십시오.

 

기업이 바꾸어야 할 것은 신고 건수가 아니라 직원의 내일입니다

신고를 어렵게 만들면 통계상 사건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이 상사를 두려워하며 침묵하는 회사가 건강한 회사일 수는 없습니다.

경영진은 관리자에게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면서 성과를 요구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신고 창구와 공정한 조사 절차를 마련하고, 조사 중 보호 조치뿐 아니라 사건 이후의 업무 배분과 인사평가도 살펴야 합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부서라면 관리자의 행동과 업무 관행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일터는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직원이 괴롭힘을 말하려면 사직부터 각오해야 한다고 느끼는 한, 아무리 멋진 조직문화 선언문을 붙여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이제 기업이 눈을 떠야 합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고, 직원들은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신고한 직원을 보호하는 것은 회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직원이 괴롭힘을 겪지 않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폭언을 성과에 대한 열정으로 눈감아 주지 않고, 부당한 관행을 발견하면 조직이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직원이 자신의 일을 해내는 데 힘을 쓰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견디는 데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터.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직장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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