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람을 내보내는 일입니다.
채용에는 '기대'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일을 맡고,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반면 퇴직에는 한 사람의 생계와 자존심, 함께했던 시간과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HR의 수준은 사람을 뽑는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그 사람과 어떻게 헤어지는가에서도 인사의 수준은 드러납니다.
직원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부터 퇴직을 권고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 결정이 하루아침에 내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이전부터 성과와 역량, 조직 적합성, 상사의 평가와 동료들의 평판 등 여러 신호가 쌓여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좀처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인사비밀노트」를 열어보려 합니다.
인사팀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직원을 내보낼까요?

1. 회사는 생각보다 쉽게 직원을 내보내지 못한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직원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선 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고 있고,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근로자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하면 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고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인사조치가 아닙니다.
잘못된 판단은 노사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부당한 인사라는 인식이 조직 안팎에 남으면 회사가 잃는 신뢰도 작지 않습니다.
법적인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직원이 맡고 있던 업무는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 함께 일하던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 결정이 조직에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틀릴 수 있습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이 정말 그 사람의 능력 때문인지, 애초에 맞지 않는 일을 맡겼기 때문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상사와의 관계가 나쁜 것인지, 실제로 조직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의 자리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지만 다른 일을 맡기면 훨씬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인사라면 사람을 내보내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합니다.
“정말 이 사람이 문제인가?”
그리고 한 번 더 물어야 합니다.
“혹시 우리가 이 사람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을 내보내는 판단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2. 회사는 어떤 직원을 내보내려고 할까?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성과가 낮은 직원’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인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성과가 부족한 사람이 있습니다.
맡은 역할에 필요한 역량이 부족한 사람도 있습니다.
성과는 나쁘지 않지만 조직 내 갈등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무자로서는 뛰어났지만 관리자가 된 뒤 사람을 이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사업과 조직이 바뀌면서 그 사람이 맡고 있던 역할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과가 낮은 사람’과 ‘현재 조직에서 더 이상 적합한 역할을 찾기 어려운 사람’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인사는 사람을 쉽게 ‘문제인력’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문제인지,
자리의 문제인지,
상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조직의 문제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사람을 내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어쩌면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3. 인사팀이 혼자 ‘내보낼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팀에 찍히면 끝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인사팀 혼자 특정 직원을 지목해 퇴직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현업 조직장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담당임원이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성과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고,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존 역할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사의 역할은 이런 판단과 정보들을 모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되고, 한두 번의 실수만으로 한 사람을 규정해서도 안 됩니다.
퇴직처럼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문제 인식 → 사실 확인 → 개선 기회 → 재확인 → 최종 판단
최소한 이런 과정은 거쳐야 합니다.
사람을 뽑을 때는 여러 번 면접하면서 그렇게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내보낼 때도 그에 못지않게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채용의 실수는 다시 고칠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퇴직은 한 사람의 인생과 회사의 신뢰에 오래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회사가 나를 내보내려고 할 때 신호가 있을까?
직장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분명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에서 빠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역할과 권한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조직개편에서 애매한 자리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평소와 달리 상사와의 공식적인 면담이 잦아지고, 성과나 문제점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명확한 개선목표와 기한을 제시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 하나만으로 “회사가 나를 내보내려 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한 업무조정일 수도 있고 조직개편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여러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일정 기간 같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 그때는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유를 가장 늦게 알아차리는 사람이 당사자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5. 제대로 된 인사는 내보내기 전에 기회를 준다
사람을 내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를 발견하는 순간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쉬운 방법이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개선할 시간을 주고, 필요한 교육이나 코칭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업무가 맞지 않는다면 다른 직무나 부서에서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잘하기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자리를 바꾸는 것이 훨씬 좋은 해결책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사에서 중요한 질문이 “이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가?” 보다 “이 사람을 제대로 써봤는가?”라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더 주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려주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다시 증명할 기회를 주었다는 뜻이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회사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음 판단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6. 퇴직 면담에서 HR의 실력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결국 퇴직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인사의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합니다.
퇴직을 통보받는 순간 당사자는 수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당황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많은 직원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인사결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원에게는 현재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퇴직면담에서는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만큼 상대방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정의 이유를 가능한 범위에서 분명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절차와 조건을 정확하게 안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떠나는 사람에게 오래 남는 것은 회사가 마지막 순간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가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인사담당자가 바로 그 회사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채용하는 면접보다 더 어려운 것이 퇴직을 이야기하는 면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할 때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납니다.
HR도 마찬가지입니다.
7. 가장 나쁜 퇴직관리는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직접 퇴직을 이야기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직원이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나가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회의에서 제외합니다.
공개적으로 면박을 줍니다.
권한을 빼앗고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해서 맡깁니다.
조직에서 고립시켜 결국 스스로 사직서를 쓰게 만듭니다.
이런 방식은 회사 입장에서는 편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잃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보다 그 모습을 주변 직원들이 모두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서만 회사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나도 언젠가 필요 없어지면 저렇게 되는 것 아닐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회사와 직원 사이의 신뢰에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면 회사도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떠나는 사람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도록 뒤에서 몰아붙이는 것은 좋은 인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헤어짐에도 책임이 필요합니다.
8. 그렇다고 퇴직을 미루는 것이 좋은 인사는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해서 '필요한 퇴직'까지 미루라는 뜻은 아닙니다.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데도 계속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문제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이 계속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 한 사람 때문에 유능한 직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결정을 미루는 것은 한 사람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불공정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열 사람이 계속 피해를 감수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인사는 아닙니다.
사람을 내보내는 결정도 어렵지만, 내보내야 할 사람을 계속 끌고 가는 결정 역시 조직에는 비용이 됩니다.
따뜻한 인사와 우유부단한 인사는 다릅니다.
사람에게는 충분한 기회를 주되, 결정해야 할 순간에는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정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미루지 않는 것.
그것 역시 HR이 피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9. 퇴직자를 어떻게 대하는가가 회사의 수준을 보여준다
회사는 입사하는 직원에게 많은 공을 들입니다.
환영하고,
온보딩 교육을 하고,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퇴직이 결정되는 순간 태도가 돌변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끊고, 중요한 관계에서 배제하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조직 밖의 사람처럼 대합니다.
저는 이것이 좋은 퇴직관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회사를 떠나지만 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은 회사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가 만든 제도와 시스템이 계속 돌아갑니다.
그가 개척한 거래처에서 계속 매출이 발생합니다.
그가 개발한 제품이 계속 팔립니다.
그가 만들어놓은 업무 프로세스를 후배들이 사용합니다.
그가 키운 사람들이 조직의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때로는 그가 만들어놓은 조직문화와 업무방식까지 오랫동안 남습니다.
사람은 떠났지만 회사는 그 사람이 만들어놓은 성과의 과실을 그 이후에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 역시 그 사람이 남긴 기여를 쉽게 잊어서는 안 됩니다.
퇴직과 동시에 고용관계는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회사에 남긴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10. 퇴직자 예우는 송별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퇴직자에게 감사패를 주고 송별회를 열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진정한 퇴직자 예우는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난 다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회사에 기여했던 것을 기억하는 것.
가끔 안부를 묻는 것.
필요한 회사 행사에 초청하는 것.
후배들에게 그 사람이 남긴 좋은 성과와 기여를 이야기해주는 것.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했던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회사의 문화가 됩니다.
퇴직자를 예우한다는 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늘의 회사가 있기까지 함께했던 사람들의 기여를 잊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원을 떠나는 순간부터 ‘남’으로 취급하는 회사와, 고용관계가 끝난 뒤에도 그 사람의 기여를 기억하는 회사는 분명 다른 회사입니다.
법적인 고용관계는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했던 시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11. 떠난 사람을 챙기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퇴직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가장 유심히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남아 있는 직원들일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일했던 선배가 마지막 날 어떤 대우를 받는지 후배들은 지켜봅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함께했던 사람을 회사가 어떻게 기억하는지도 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겠지.”
퇴직자를 존중하는 문화는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하나의 약속이 됩니다.
‘당신이 이 회사에서 만들어낸 기여를 우리는 쉽게 잊지 않겠다.’
그 약속은 어떤 복리후생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헌신했던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아무 관계도 없었던 사람처럼 취급된다면 회사가 아무리 ‘인재존중’을 이야기해도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사람을 실제로 어떻게 대하는지를 봅니다.
회사의 철학은 벽에 걸어놓은 경영이념보다 사람을 대하는 순간순간의 태도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12. 퇴직은 관계의 끝일까?
퇴직하면 근로계약은 끝납니다.
그러나 사람과 회사의 모든 관계까지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잘 아는 퇴직자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자문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인재를 추천해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나 협력자가 되어 다시 만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은 뒤 더 좋은 역량을 가지고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퇴직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대해 세상에 이야기하는 ‘평생의 증인’이 됩니다.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그래도 좋은 회사였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한 것입니다.
좋은 이별은 떠난 사람만을 위한 배려가 아닙니다.
회사의 평판이 되고,
문화가 되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뢰가 되고,
언젠가는 다시 좋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됩니다.
잘 헤어지는 것도 결국 좋은 사람을 얻는 방법입니다.
인사비밀노트를 덮으며
사람을 뽑는 것도 인사입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인사입니다.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도 인사입니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오래 함께하도록 만드는 것도 인사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된 사람과 제대로 헤어지는 것 역시 인사입니다.
어쩌면 이 마지막 일이 인사담당자에게 가장 어렵고, 가장 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좋은 HR이란 무조건 사람을 붙잡는 HR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해야 할 사람은 끝까지 붙잡고,
기회를 주어야 할 사람에게는 충분한 기회를 주고,
다시 한번 써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자리를 찾아주고,
그래도 함께할 수 없다면 결정을 미루지 않는 것.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 사람이 회사에 기여했던 시간과 성과만큼은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사람을 다루는 인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회사를 떠나도 그 사람이 만들어놓은 성과는 회사에 남을 수 있습니다.
제도와 시스템으로 남고,
제품과 고객으로 남고,
후배들의 역량으로 남고,
조직의 경험과 문화로 남습니다.
회사가 그 과실을 계속 누리고 있다면 그 씨앗을 심었던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퇴직문화는 ‘잘 보내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의 기여를 기억하고,
다시 만났을 때 반갑게 맞아주고,
필요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로 남는 것.
저는 그런 회사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존중한다는 말은 함께 있을 때보다 떠날 때 더 시험받습니다.
입사할 때는 누구나 환영받습니다.
진짜 차이는 떠날 때 드러납니다.
회사의 수준은 최고의 인재를 어떻게 데려오는가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사람과 어떻게 헤어지고,
그가 남긴 기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에서도 드러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 그 진심이 더 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잘 뽑는 회사가 좋은 회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까지 존중할 줄 아는 회사라면,
저는 그런 회사가 사람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회사라고 믿습니다.
'5. Q&A - "직장생활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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