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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시장의 착시현상 – '지원자는 많은데, 채용할 사람은 없다.'

hrplanner 2026. 1. 3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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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지원자는 많은데, 채용할 사람이 없다.”

반대로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채용 포지션은 많은데, 지원할 만한 일자리가 없다.”

 

이상한 풍경입니다.
채용이 시작되면 지원자가 없는 것은 아닌데, 실제 채용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두고 “요즘 인재가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요즘 기업들이 눈이 너무 높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채용 시장의 현상을 보면, 이 문제를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인재 부족이 아니라, 채용 시장의 착시현상에 가깝습니다.

즉, 기업은 “쓸 사람이 없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설정한 조건 때문에 쓸만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있고,
후보자는 “갈 곳이 없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선택하기 어려운 일자리가 많을 뿐입니다.

첫 번째 착시: 채용 JD는 점점 완벽한 사람을 요구한다.

최근 채용 공고에 제시된 JD(Job Description)를 살펴보면,
‘직무기술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상적인 인재상을 설계해 놓은 문서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기획 역량과 실행 경험, 업계 이해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물론,
외국어 능력과 관련 자격증까지 한 포지션에 모두 요구합니다.

여기에 더해
사전 직무 경험과 직무 숙련 기간 역시 세세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특정 연령대나 성향까지 암묵적으로 전제한,
마치 너무 정교한 조각 맞추기식 기준이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모든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사람을 찾는 채용으로 흐르고 있으며,
지원자에게 요구되는 부담은 과도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 사항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 요건이 아니라, 모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으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JD가 직무를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최고 수준의 인재상을 전제로 한 역량모델링 설계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재는 거의 이상형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말합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올려면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런 JD를 충족하는 인재는 시장에 거의 없습니다.

JD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순간, 지원자가 아무리 많아져도 채용은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자리가 ‘도전 가능한 포지션’이 아니라 “어차피 안 될 자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착시: 높아진 역할과 책임에 비해 처우수준은 오르지 않는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수준은 분명히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그에 상응하는 연봉과 직급은 과연 충분히 따라오고 있을까요?

부장급 베테랑의 역할과 책임을 기대하면서 제시하는 연봉은 과장 수준이거나,
팀장급 역량과 리더십을 요구하면서 직급은 하위 직급으로 매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수 역량이 높아진 만큼 처우 수준도 함께 올라가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축적한 역량을
기업이 비교적 손쉽게 활용하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사람에 대한 처우는 과거 기준에 묶여 있는 채용이 늘어나고,
이 불일치는 채용 실패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착시: 즉시 성과를 내는 인재를 원하지만, 인재 육성은 방치되고 있다.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면서
‘입사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흐름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사람을 뽑아 함께 성장시키고,
자기 사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가르치며 조직에 맞는 인재로 길러내야 할 책무를 사실상 내려놓고 있습니다.

입사 즉시 성과를 요구하면서,
그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배우고 익히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은 개인의 부담으로 돌려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개인의 다음 커리어 경로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조직 내부에서 한 단계 위 포지션을
육성과 승진으로 채우기보다
외부 ‘채용’으로 보충하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결국 기업이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포기할수록,
채용은 더 어려워지고
‘조기 이탈’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벌어지는 채용 시장의 악순환!

이 세 가지 착시가 동시에 작동하면, 채용 시장에서는 익숙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지원자는 많지만 합격자는 나오지 않고,

어렵게 채용해도 조기 이탈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요즘 사람들은 금방 그만둔다고 말하며,

다음 채용에서는 JD를 더 강화합니다.

그 결과, 

JD는 더 완벽한 요건을 추구하게 되고,

처우수준은 따라가지 못한 채,

채용은 더 어려워지기만 합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기업과 후보자 모두가 말합니다.

요즘 채용 시장이 이상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채용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JD가 요구하는 기준이 더 빠르게 높아진 결과입니다.

 

전문가가 보는 현실적인 해법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첫째, JD를 완벽한 인재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해당 포지션에서 정말 필요한 역할과 책임부터 직무분석을 통해 명확히 설계하는 것입니다.

둘째, 처우 수준을 과거 기준에 고정한 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높아진 역량과 역할, 책임의 수준에 맞도록
연봉과 직급을 정합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셋째, 즉시 성과만을 요구하기보다,
입사 이후에도 성장이 가능하도록
학습과 육성을 지원하는 제도와 환경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채용은 더 이상 지원자를 선별하는 경쟁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선택받기 위한 경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적 자원이 한정된 시장에서,
채용 기준을 계속 높여 완벽한 인재를 찾으려는 접근은 채용 실패를 반복할 뿐입니다.

 

마무리하며

지금의 채용 시장은
사람이 없는 시장이 아닙니다.
일과 사람의 매칭이 구조적으로 어긋난 시장입니다.

 

지원자는 많은데 채용할 사람이 없는 이유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JD 설계로 인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역할과 역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와 속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채용 기준은 점점 더 ‘소수 정예화’를 향하고 있고,
그 결과 인적 자원의 한계에 다다른 채용 시장에서는
사람과 일자리가 계속해서 엇갈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채용시장의 착시현상은
인사 담당자와 경영진이 이 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고,
사람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일과 역할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다시 점검할 때
비로소 해법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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